작성자 :
  [예비온] 소설가
조 회 :
238
작성일 :
2022/05/04 15:15
제 목 :
  [소설] 메틴 009 (라이에네)
  메틴 009 (라이에네)


이 세계에서의 맞이하는 첫날 밤, 카슈마는 잠을 자기 힘들었다.

하루동안이라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오랜 시간이 흐른것 같았고 그 시간동안 많은 경험을 했다.

예전 살던 세계와 이쪽 세계의 시간 관념이 다른것이 아닐까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두 세계의 시간은 같게 흘렀다.

카슈마가 저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머리속에 직접 정보를 쑤셔넣는 돌의 기억 때문이란걸 인지하지 못했다.

정보가 머리속에 강제로 들어오면서 같은 시간동안 몇배의 시간을 경험한 것이다.

카슈마는 누워서 눈을 감았지만 너무 많은 정보와 경험이 머리속을 떠돌아 다녀 잠을 청할 수 없었다.

머리속에서 어지러이 맴도는 정보들 탓에 자리를 털고 밖으로 나갔다.

지크루의 집 밖엔 인위적인 불빛 한점 없었다.

하지만 밝은 달빛 탓에 사물을 분간하기 어렵진 않았다.

하늘을 올려다 보니 쏟아질듯 많이 보이는 별빛과 한번도 본적 없는 달의 크기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한참을 올려다 보단 카슈마는 고개를 내렸다.

눈앞에는 하늘에 떠있는 달보다 더 빛나는 듯한 두개의 의문스러운 별이 눈앞에 떠있었다.

밝은 달빛을 한참 보고 있던 탓에 어둠에 적응이 늦은 카슈마는 조금 적응하자 그 밝은 두 별빛은 사람의 눈이라고 인지하곤 뒤로 펄쩍 뛰었다.

하마터면 소리도 지를뻔 했지만 간신히 입을 틀어 막았다.


“안녕?”

“아… 안녕?”


눈앞에 있는 소녀가 태연하게 인사했고 카슈마는 얼떨결에 인사를 받았다.

자신의 코앞까지 기척도 없이 접근한 소녀를 경계 했지만 어둠에 눈이 완전히 적응하고 소녀의 모습을 확인 하곤 긴장을 풀었다.


“아이리네?”

“아니, 라이에네.”

“아! 당신이 라이에네!? 어떻게 아이리네랑 똑같이 생겼지?”

“우린 같은 존재니깐.”

“같은 존재?”

“쌍둥이 같은거야.”


소녀의 모습은 광장까지 안내를 끝내고 사라진 아이리네와 완전히 같은 모습이였다.

어둠으로 인해 착각 할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너무 똑같았다.

아이리네가 장난을 치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와 말투가 완전 다른 사람이라는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잠이 안오니? 늦은시간인데 왜 밖에 나와있어?”

“좀 생각이 많아서 바람쐬러 잠시 나왔어.”

“그래? 그럼 좀 걸을까?”

“응?”


뜬금없이 걷자는 라이에네는 카슈마의 의사 따윈 상관 없다는듯 앞서 걸어갔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 야밤에 ‘걷자’라고 한들 걸을 사람이 몇명이나 있을까?

하지만 카슈마는 라이에네의 뒤를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아무리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얼굴이 아는 사람과 같고 그 사람이 나를 도아줬던 사람이라면 선듯 거절하긴 힘들 것이다.

라이에네는 아무말 없이 광장으로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카슈마도 아무말 없이 따라 나섰다.

둘은 천천히 걸어 광장 중앙에 있는 정체모를 돌 근처에 도착했다.

라이에네가 멀뚱이 돌을 바라보고 카슈마는 그런 라이에네를 옆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왠지 아까보다 더 얼굴이 잘보이는 느낌이였다.

다시 얼굴을 가만히 보며 아이리네의 얼굴을 떠올리자 완벽하게 매칭되고 있었다.

입만 열지 않으면 누가 누군지 절대 구분할 수 없으리라 생각하며 시선을 앞에있는 돌로 시선을 옮겼다.

돌에선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이 돌은 낮에는 밝아서 모르지만 한밤중에 보면 빛이 나고 있어.”

“낮에 봤을땐 전혀 몰랐는데.”


돌에서 새어나오는 은은한 빛은 뭔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한참을 넋을 놓고 바라보다가 옆을 돌아보니 라이에네는 온데간데 없었다.

처음 만날때도 기척도 없이 다가 오더니 갈때도 기척없이 사라졌다.

마치 귀신을 본 느낌이였지만 그건 아니라는건 본능적으로 알수 있었다.

내일이면 다시 만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카슈마는 조금 더 돌을 보다 침실로 돌아갔다.

아침이 밝았다.

카슈마는 침구를 정리하곤 거실로 나왔다.

탁자에는 간단한 빵과 스프가 놓여 있었고 간결한 문장의 쪽지가 있었다.


‘드시면 됩니다.’


먼저 집을 비우면서 지크루가 적어두고 간 듯해 보였다.

아침을 먹고 간단히 정비를 마친 카슈마는 지크루의 집을 나섰다.

어제의 방향으로 다시 가려다 어제 새벽에 있었던 일이 생각 났다.

예고없는 만남으로 시작되서 예고없는 헤어짐으로 끝난 라이에네와의 만남.

그녀를 다시 한번 보기 위해 서쪽으로 걸음을 땠다.

지크루의 집 뒷길로 쭉 걸어가다보면 서쪽 입구가 나온다.

서쪽 입구 부근에 도착한 카슈마는 라이에네를 찾기 위해 두리번 거렸다.

하시만 입구 어디에도 라이에네는 보이지 않았다.

서쪽 숲으로 들어가 찾아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서쪽숲 몬스터는 많이 위험하다 하여 아쉬운 마음을 안고 몸을 돌렸다.

그때 입구 바로 옆 숲속에서 유난히 새 지저귀는 소리가 많이 들렸다.

카슈마는 호기심에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고 조금 나무를 헤치고 나가자 거대한 나무가 중심에 있는 꽃밭이 펼쳐졌다.

새 소리는 중앙에 있는 거대한 나무에서 들리고 있었다.

거기엔 바닥에 앉아 나무에 등을 기댄채 동물에게 둘러싸인 라이에네가 보였다.

주변엔 꽃이 흐드러지게 많았고 따사로운 햇볕이 주변을 환하게 밝히고 있어 흡사 동화속 한장면 같았다.

라이에네 주변에 있는 동물들은 들고양이, 원숭이, 멧돼지가 있었고 특이하게도 움직이는 작은 나무가 있었다.

그와중에 독보적 존재감으로 시선을 당탈하는 빗자루 하나가 라이에네의 옆에 서서 카슈마를 응시 하는듯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동화같은 장면속 생명체 중 절반이상이 카슈마와 싸웠거나 카슈마가 죽였던 존재였다.

지금은 라이에네와 교감하고 있는듯 보이지만 몬스터라는 것엔 변함이 없기에 손에 나무검을 꼭 지고 한걸음씩 다가가는 카슈마였다.

카슈마가 다가가자 주변에 있던 생명체들은 카슈마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라이에네가 일어나 카슈마에게 다가오자 생명체들은 언제 모여있었냐는듯 자리를 떠났다.

라이에네와의 만남때 마다 영문 모를 일만 일어나 당황스러운 카슈마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안녕?”

“안녕.”


라이에네가 다가와 카슈마에게 먼저 인사했다.


“어제밤엔 갑자기 없어져서 놀랐어, 뭐 갑자기 나타나서도 놀랬지만.”

“이렇게 다시 보는데 뭐가 문제야.”

“…”


할말이 없는 카슈마였다.


“무슨 용건이야?”

“응? 용건?”

“응. 용건.”

“?”


카슈마는 무언가 묻거나 하기위해 라이에네를 만나로 온것이 아닌 그냥 보러 왔기에 라이에네의 물음에 대답이 궁해졌다.

하지만 머리속에 스치는 지크루에 말이 생각나 간신히 입을 열었다.


“너를 만나면 도움을 받을수 있다고 들었는데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어?”

“도움?”


라이에네는 검지손가락을 입술 밑에 갖다대고 톡톡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다.

그 귀여운 모습에 카슈마는 잠시 넋놓고 라이에네를 지켜보고 있었다.

라이에네는 몇번 고갤 갸웃거리다 생각이 났다는듯 손뼉을 마주치며 입을 열었다.


“길 안내 해줄 수 있어!”

“길 안내! 고작 그걸 이때까지 고민하고 있던거야!?”

“너무 오랜만이라 기억이 안났어.”

“길 안내… 그것뿐이야?”

“흠… 아! 그리고 힐 해줄 수 있어.”

“힐? 다친곳 회복시켜 주는 마법?”

“응.”

“너 보기보다 대단한 사람이구나?”

“보기보다? 아무튼 내가 도움을 주는건 그 두가지 정도야.”

“혹시 뭐 깜박한거 없지? 생각을 좀더 해야된다거나?”

“없어!”


카슈마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리이에네에게 물었다.


“그럼 나 따라다니면서 힐 해주는거야?”

“아니.”

“칫… 아쉽내.”

“그래도 내가 지나가다가 보이면 힐 해줄께.”

“이 넓은 곳에서 너가 지나가다가 날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될꺼 같은데?”

“벼락맞을 확률보단 높지 않을까?”

“에휴…”


카슈마는 이땐 몰랐다.

이 세계에선 내머리 위로 벼락이 떨어지는 빈도가 삼시*** 밥먹는 빈도 보다 높을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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